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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다음, 몰락의 역사

 

 

메일하면 한메일, 바로 다음의 시그니쳐 서비스였죠. 대한민국 인터넷 사용자 중에 한메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겁니다.

또 다음 카페는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학교 반 친구들의 모임, 음악 선생님의 팬클럽,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사 사람들과의 커뮤니티 등등.. 당시 카페에서는 백문백답을 하는게 유행이었어요. 백문백답이 빡쎄서 30문30답 정도로 줄여서 하기도 했었네요.

일찌감치 시장을 평정해 업계 1위의 지위를 갖고 있던 다음, 하지만 지금은 카카오에 인수되었고 시장에서 다음이라는 이름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다음 메일 유료화

 

2002년 4월, 다음은 온라인 우표제를 도입해서 1,000통 이상 발송할 경우 메일 발송 1건당 최고 10원의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훗날 이것은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오게 됩니다.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는 스팸 메일의 접근을 막기 위해 대량 메일 발송을 하는 업체들이 실명으로 발송하도록 강제하고 대량 메일을 발송하면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스팸메일을 줄이고 메일 서비스의 수익 전환까지 이뤄낼 수 있는 야심찬 정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한 역풍을 초래하고 맙니다. 회원제 사이트들이 회원가입시 한메일 입력을 막게 되었어요. 회원제 사이트 입장에서는 사용자 인증을 위해 늘 대량의 메일 발송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인데 한메일 사용자에게 메일을 보낼 경우엔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사이트 이용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한메일로는 가입이 안되는 상황,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사이트 이용자는 짜증이 나게 되고 새로운 메일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네이버 메일. 결국 다음은 2005년 5월 31일 온라인 우표제를 폐지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9년 8월, 네이버 메일이 한메일을 제치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메일만큼은 네이버가 다음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라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한 번 쓰게 되면 쉽게 옮겨 가지 못하는 이른바 '락인효과'가 강한 서비스에서 후발 사업자가 1위 기업을 넘어서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석달여 뒤인 2009년 11월, NHN은 네이버 메일 용량 확대라는 중대한 발표를 하게 됩니다. 사실 메일 서비스는 돈을 버는 서비스가 아닌 돈을 펑펑 쓰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들의 메일을 서버에 전부 저장해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NHN 입장에서는 메일 용량을 늘리면 막대한 서버 비용이 들테니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당시 1개의 네이버 메일 계정에는 1기가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무료로 5기가까지 사용할 수 있게 서버를 증설합니다. 메일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 부담은 엄청나게 커지지만 사용자들이 필요한 킬러 기능을 갖춰 한메일과의 확실한 차별성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에 반해 한메일은 메일용량 증설에 미적거렸습니다. 막대한 서버 비용이 부담된 탓입니다. 결국 메일로 사람을 끌어 모았더니 사용자의 시작 페이지는 네이버가 되었고, 그렇게 네이버의 페이지뷰가 올라가자 너도나도 네이버 메인베너 광고를 태우기 위해 모입니다. 아마도 NHN은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승부수를 날린 것이 아니었을까요?

 

검색고도화 실패

 

다음은 이밖에도 네이버에게 많은 것을 빼앗겼습니다. 카페의 원조는 다음, 하지만 동일한 이름을 사용한 네이버 카페에 결국 밀렸습니다. 웹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이 먼저 웹툰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수년째 네이버 웹툰이 부동의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시장 선점의 장점을 오래 가져 가지 못했습니다.

 

포털의 핵심은 검색 기능입니다. 다음은 네이버보다 먼저 많은 사용자들을 모았고 또 수익화해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검색 고도화를 이뤄내지 못했죠. 부가 서비스들이 아무리 좋더라도 기능적인 면에서 비슷해지는 시점이 오면 사용자는 결국 검색이 잘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NHN은 네이버 지식인으로 대박을 치고 검색 품질은 더욱 좋아집니다. 검색에서 밀려버리고 나니 좋은 서비스를 먼저 만들어도 모두 네이버에 빼앗기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가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던 건 경영진의 판단 미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판단을 어렵게 한 자금 상황때문이 아니었을까 라고 추측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라이코스입니다.

 

라이코스 인수

 

라이코스는 1995년 설립된 미국의 검색 전문 기업입니다. 그런 라이코스 사를 2004년 다음이 1,112억에 인수하게 되요. 내부의 강력한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거대한 베팅을 시도했습니다. 세계시장을 향한 야심만만한 깃발을 높이 올린 셈이었지만 당시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썰렁한 시장의 반응과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돌고 있었어요.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였고 주가 또한 형편없이 곤두박질 치게 됩니다. 4만원 수준이던 주가가 3만원 선으로 주저 앉고 말죠. 당시 업계에서는 다음이 NHN의 지식 검색,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에 크게 한 방씩을 먹어,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던진 것이 아니었느냐는 추측이 돌았습니다. 경쟁사들은 국내에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음은 국내 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직항편조차 없는 보스턴에 위치한 회사를 다음이 경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미국 동부와의 시차는 14시간, 서로 업무시간마저 겹치지 않는 탓에 다음과 라이코스는 커뮤니케이션마저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09년 15년의 라이코스 역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은 이런 거액의 승부수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금난에 시달리며 정작 핵심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결국 2010년 인도계 인터넷 검색마케팅 회사에 라이코스를 매각합니다. 거래 금액은 인수가의 3분의 1가격도 안되는 426억, 그나마도 2011년 이후 매각 대금이 입금되지 않았고 현재는 장기미수금으로 돌려 처리하고 있습니다.

 

게임 컨텐츠 부재

 

최근까지도 NHN의 매출 중 가장 큰 파이는 한게임이었습니다. NHN입장에서는 짭짤한 매출을 꾸준하게 안겨주는 효자 중의 효자죠. 그리고 별 생각 없이 한게임 고스톱을 설치를 하려고 한다면 어느새 인터넷 시작 페이지가 네이버로 되어 있을 겁니다. 설치형 프로그램을 통해 NHN으로의 유입까지도 자연스럽게 이뤄 내기도 하는 것이 한게임인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게임 컨텐츠가 없습니다.

 


 

한메일이 독주하고 다음 카페가 한창 핫하던 시절은 어느새 잊혀진 과거가 되었습니다.

전 처음부터 '다음'이라는 이름을 참 좋아했어요. 어쩜 이렇게 이름을 예쁘고 딱 걸맞게 지었을까 감탄도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메일과 다음카페를 활발히 이용하고 애정하던 사용자로서 다음의 몰락을 바라보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다음은 아무리 튼튼한 업계 1위라고 해도 얼마든지 후발주자에게 역전될 수 있다는 거대한 사례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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