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이라고 봐야죠. 소소한 일상의 나열. 보통은 일기장을 남한테 읽으라고 하지도 그럴 목적으로 쓰지도 않지만, 돈을 받고 파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특별날 것도 없습니다. 어느 대작가의 글 마냥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거나 하지는 않고요. 그냥 심심하고 담백합니다. 헌데 이상하게 끌리고 계속 읽게 되요. 아마 그게 작가의 글과 작가가 아닌 사람의 글의 차이겠지요? 저는 도통 관심없는 저자의 개인사를 초반에 나열하는 탓에 조금 심드렁 하기도했지만, 한 고비를 넘고 나니 별사탕 같은 달콤함이 곳곳에 묻어 나옵니다. 누군가에게는 심심한 일상의 시간들도, 누군가에게는 차곡차곡 글 쓸 거리가 된다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시간'과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묻어 나올 때, 놓치지 말고 글로 남겨 두어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자마자 '그래! 나도 일기를 써야겠어.' 싶었는데 정확히 한 사흘하고 잊어 버리게 되었네요. 다시 시작해 보죠 뭐.
15
나갈려고만 하면
집에서의 시간이 소중해진다
나갈려고만 하면
79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세상은 당신에게
대체로 공평했습니까?
114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우산을 쓰고도 몸이 반쯤 젖어
짜증 섞인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오르는데
이제 막 내려서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와하하하
비를 맞으며 즐거워한다.
그래. 즐거운 사람들은 뭘 해도 즐거운 법이지.
사실은 비가 성가셨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흐린 탓은 아니었을까.
172
연애를 할 때
정말 좋은 상대는
같이 있을 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을 때
나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함께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하는 행동을 보면
그가 나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이 관계에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지
알 수 있지요.
209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의 질은
100% 내가 결정한 것
누구 탓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좀 더 열심히 살아 보든가.
306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이 쉽지
누가 그걸 모르니?
바로 그 생각을 바꾸기가 때로는 인생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힘드니까 이러는 거잖아.
345
내게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일.
천천히 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보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앞서 간다고도 생각지 않구요.
오늘도 감사히 보내시길.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흔한 선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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