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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의 몰락 요인

 

싸이월드, 아니 보통은 싸이라고 불렀었죠. 한국 사람치고 싸이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어쩌면 지금 중고등학생들은 싸이? 가수? 라고만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때 누구나 싸이 계정 하나 씩은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북 같은 느낌으로 소통하던 공간이었어요. Y (Please Tell Me Know) / 3집 - Freestyle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싸이월드는 시들어진 이름이 되었지만, 한때는 대한민국을 점령했던 서비스였죠. 

 

각설하고,

그리도 잘 나가는 SNS의 원조 싸이월드가 몰락한 이유를 정리해 두고 싶어 포스트를 작성합니다. 

싸이월드의 컨셉을 최초로 기획했고 창업멤버를 모두 직접 채용한 사람인 형용준 현 메이크위드 대표가 설명한 '싸이월드가 망한 이유 5가지'로 시작합니다.


SK가 싸이월드를 인수한 직 후 오리지널 창업자와 창업멤버가 모두 떠났습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창업자가 떠나면 그 서비스가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며 마이스페이스가 대기업에 7500억으로 인수되던 날 환호성을 질렀다는 일화도 있지요.

 

척박한 투자 시장에서 SK가 인수해 수백업의 자금으로 서버를 증설하고 일정 기간 동안 조직을 운영할 자금을 운용한 것은 순기능이었으나 당시 기획팀장 이람과 개발팀장 정영식은 인수 직후 네이버로 이동해서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고 이후 모바일 캠프 대표로서 네이버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싸이월드 초기 디자인 팀장이었던 김성훈 팀장(AKA 제임스)은 네이버로 이동, 디자인 이사 직함을 달고 이제는 일본 최대 메신저로 발돋움한 라인의 디자인 총괄로 활약합니다.

 

인수 직후 싸이월드는 새로운 서비스인 페이퍼와 싸이마켓 등을 추가했지만 SNS의 본질과 상충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SNS는 신뢰기반의 정보공유 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의미는 사회적 네트웍 분야에서 말하는 이질적 컨텐츠(Heterogeneous Contents )와 동질적 컨텐츠(Homogeneous Contents) 중에서, 이질적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링크드인과 같은 서비스들은 바로 이러한 이질적 콘텐츠에 집중해 성장한 서비스이고, 트위터는 동질적 콘텐츠에 집중해 성장한 서비스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질적 콘텐츠란, 자신의 가족사진처럼 남들에겐 관심없는 콘텐츠이지만 나에게는 가장 관심있는 콘텐츠이자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이에 반해 동질적 콘텐츠는 자연재해가 일어난 현장에 있던 사람이 올린 뉴스나 유명인사처럼 누구에게나 관심이 갈 법한 콘텐츠이지만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니지요. 그래서 트위터는 누구에게나 관심이 갈만한 콘텐츠를 올리면 전광석화처럼 빨리 퍼져 나가고, 트위터에 가족사진을 올리면 거의 퍼져 나가지 못할 뿐 아니라 이상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에는 매일 가족사진을 올리고,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죠. 오히려 퍼져나가면 좀 이상할 것입니다. (요즘은 페이스북의 성격도 좀 변했지만 일단은 이렇게 이해해 두도록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싶어 하는 블로그 같은 서비스를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 탑재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어요. 페이스북에서도 1촌맺기(친구추가)는 활성화 되어 있지만 팔로우 기능은 활성화 되지 않고 1촌 네트워크가 튼튼해 진 이후 팔로우 시스템이 살짝 붙은 정도입니다.

 

싸이마켓의 경우, 입점한 상인들 페이지와 일촌을 맺으면 도토리를 주곤 했는데요. 이것은 상인들과 자신의 가족사진을 공유하자는 이야기도 되니 뭔가 좀 이상한 상황이 되는 셈이죠.

 

게다가 기존 싸이월드 도메인을 강제로 네이트로 이동했었어요. cyworld.com을 사용자가 도메인 주소창에 입력하면 nate.com으로 강제 전환되었습니다. 사용자의 권리와 의사를 무시한 것은 일단 접어두고라도 검색 서비스와 SNS는 주로 동질적 컨텐츠와 이질적 컨텐츠를 각각 다루는만큼 양립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점을 간과했다고 할까요. 이는 당시 싸이월드 사장을 계속해 바꾸면서 인터넷 문화를 잘 모르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네이트온 계정으로만 로그인이 가능했던 점도 패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소셜 게임이 각광받을 당시, 싸이월드도 소셜 게임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불편하게도 네이트온 아이디로만 접속할 수 있게끔 강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싸이월드 회원이지만 네이트온 회원이 아니라면 친구들이 초대를 해도 응하기가 곤란한 상황이 되요. 당시 잘 나가던 해외 게임 업체도 이런 형태의 정책을 이해 못하겠다며 싸이월드에 런칭조차 못한 일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싸이월드의 해외 서비스는 한국인, 미국인, 중국인들간에 1촌을 맺을 수 없도록 한국판 싸이월드, 미국판 싸이월드, 중국판 싸이월드를 모두 분리 운영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사이트를 모두 분리 운영하여 연동되지 않게 해 거대한 글로벌 소셜 네트웍 데이터 베이스 구축에도 실패하고 글로벌 바이럴 마케팅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말았지요.

 


이외에 저는 2가지 요인을 더 꼽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모바일 환경에 대한 대응이 매우 굼떴다는 점이에요. 모바일 사용자의 급증이 예상되던 시기, 실제로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까지도 싸이월드는 모바일 사용이 대단히 불편했습니다. 아이폰 3GS 출시에 맞춰서 발빠르게 모바일 대응을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SK는 그를 최대한 피하려 했었으니까요. 덕분에 수많은 모바일 이용자들을 대부분 잃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게다가 리뉴얼을 하면 할 수록 유져들의 원성이 높아만 갔던 기억입니다. 

두번째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앞서 서술한 SNS의 본질을 놓쳤기 때문에 플랫폼의 지상과제인 '연결'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겠지요. 모든 것을 연결하고자 했고 그것에 성공한 페이스북과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잘 나가던 한국 기업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은 씁쓸한 일이지만 우리로서는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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